top of page
검색
전주전통술박물관

<객원기자 허시명의 술빚는 마을을 찾아서>지리산 정기로 빚은 ‘으뜸 藥酒’

(::경남 함양 산삼주::)

경남 함양은 묘한 곳이다. 전통술을 빚는술도가가 유난히 많다. 다른 동네는 하나 있기도 어려운데, 함양에는 지리산 솔송주, 지리산 국화주, 지리산 산머루와인, 지리산팔선주 해서 모두 4군데나 된다. 포천은 막걸리로 소문나서, 고창은 복분자가 유명해서 술도가가 많다고 하지만, 함양은 어찌하여 술도가가 많단 말인가.그렇다고 함양 사람들이 술이 세거나 술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함양 사람들에게 물어도, 왜 술도가가 많은지 특별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모든 술도가들이지리산이라는 이름을 두르고 있는 것이, 미심쩍다. 함양은 지리산 천왕봉의 정북쪽에 있다. 지리산 정기를 받고 있어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동네다. 신라인 최치원이 1100년전에 조성한 인공숲이 있고, 문묘에 배향된 동국 18현 정여창이나고 자랐고, 죽염과 유황오리를 대중화시킨 김일훈이 정착한 곳이다. 기도 세지만 기인도 많은 땅이다. 그 기세에 맞서기 위해술도가도 많은 것일까.함양 땅에 갔다가, 내게는 기인으로 여겨지는 심마니 한 사람을만났다. 할아버지 대부터 삼을 캤다는 양진필(44)씨다. 그는 10년 전에 더덕 한 뿌리를 캐어먹고 산을 타도 땀을 흘리지 않게되었다. 이제 그 약발이 떨어질 즈음이 되었다지만, 산비탈을 평지처럼 거침없이 걸어간다. 그는 장뇌삼도 재배하는데, 함양에서바라다보이는 지리산 북사면을 산삼 씨앗으로 덮어버리겠다고 했다.


양씨의 소개로 산삼과 인연을 맺은 술도가가 있다. 함양군 유림면 화촌리에 있는 지리산 팔선주로, 그곳에서는 산삼주를 출시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 발효 약주 중에서 가장 비싼 술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경주교동법주 900ml로 3만원인데, 산삼주는그보다 더 비싼 출고가격 4만3210원이었다. 소비자 가격은 5만5000원 안팎이니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비싼 약주인 셈이다.


이렇게 도도한 술을 만들고 있는 이는 지리산 팔선주의 하영빈(42)씨였다. 그는 아버지의 업을 이어서 술도가를 운영하고 있었다. 천석꾼 집안에서 자란 그의 아버지 하대진(65)씨는 혼인하고분가하면서 1970년에 막걸리도가를 인수했다. 하대진씨는 이제몸이 약해 술도가 일은 손을 뗐지만, 그래도 밑술에 쓰이는 물만은 산에서 손수 떠온다. 그런데 그 물이 특별하다.


술도가 뒤편의 임천강을 건너면 산청군이다. 그 산청군 쪽으로바라다보이는 산이 왕산이다.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이묻혔다고 전해오는 돌무덤이 거기에 있다. 그 돌무덤에서 1.5㎞쯤 올라간 산중에 ‘동의보감’에서 허준의 스승으로 나오는 류의태의 약수터가 있다. 일명 약물통으로 불리는데, 류의태가 한약제조를 할 때 이 약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하대진씨는 이곳에서 부인과 함께 밑술용 물을 하루 두통씩 떠오는데, “그 물로 해야 술이 안심하고 잘 돼”라고 했다.


하영빈씨는 아버지가 빚던 막걸리에, 약주 팔선주와 대통술 소춘(小春)을 만들면서 올해 초에 산삼주 6000병을 한정 출시하게 됐다. 하씨는 처음 양진필씨로부터 산삼주를 만들어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턱도 없는 소리, 그기 무슨 사기꾼 짓인가” 싶었다.


맛은커녕 구경하기도 어려운 산삼으로 술을 만들다니, 만들면몇 병이나 만들고 팔면 또 얼마를 받을 것인지 가늠되지 않아서였다. 산삼을 술에 잠깐 적셨다가 꺼내놓고 산삼주라고 속여 팔기 전에는 가능한 일 같아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하씨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네오바이오, 산삼배양근 제조장을 다녀오고서 마음이 바뀌었다. 네오바이오에서는 산삼의조직을 떼어내서 인공 배양근을 만드는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중국·북한·남한 등 전세계 산삼 표본을 3000개 넘게확보하고, 염색체(DNA) 분석으로 진짜 산삼을 판별하는 기술도가지고 있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산삼 전문기관이었다. 네오바이오 대표는 구입한 산삼 3000 뿌리 중에서 순수하게야생 산삼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것은 32 뿌리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둔갑이 잦고 판정이 어려운 게 산삼이었다.


네오바이오에서 산삼 배양근을 만드는 기술은 이러했다. 산삼 세포에서 생장점을 분리해내서, 이를 뿌리내리게 한다. 뿌리를 토막내서 20ℓ액체 생물반응기 안에서 한달 이상 배양한다. 그러면잔털 뿌리가 무수하게 뻗어나온다. 이를 다시 대형 용기에 넣고대량 배양시켜, 배양근을 완성시킨다. 세포에서 배양근이 되기까지는 50일 가량 걸린다. 120년 산삼 성분을 복제하는데 50일밖에 안 걸린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하씨에게 의문이 남았다. 산삼 배양근이 산삼과 동일한성분이냐는 것이다. 그러자 네오바이오에서 DNA분석 결과를 보여줬다.


“산삼과 산삼으로부터 재분화된 산삼 배양근이 유전적으로 동일하고, 재배 인삼과는 유전적으로 차별된다”는 것이 분석표에 나타나 있었다. 이미 이 결과를 놓고 광동제약, 종근당, 보령식품,조선무약에서 산삼 배양근을 사용한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네오바이오에서는 함양군과 산삼 1000만 뿌리를 군유지에재배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장차 함양은 산삼의 메카가 될 판이다. 그래서 하씨는 팔선주를 바탕으로 삼아 산삼주를만들게 됐다.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급 약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술 재료도 찹쌀을 쓴다. 재료를 세 번으로 나눠 담근 뒤에, 마지막으로 알코올에서 추출한 산삼 배양근 농축액을 넣는다.

넣는 양이 전체 술 양의 2.8%다. 상상외로 많은 양이다.


산삼주는 인삼 향보다 훨씬 강렬한 향이 났다. 산삼을 먹어보지못했으니, 나로서는 그게 산삼 향인가보다 여길 뿐이다. 그래서심마니 양진필씨에게 술병을 들고가 맛을 봐달라고 했다. 내게는진하게 느껴지는 그 맛을 두고, 그는 “미세하게 온다”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평했다. “그래 미세하게 온다는 말이지”, 나는심마니의 말을 되새기며 야금야금 산삼주를 마셔댔다. 얼마를마셨을까. 산삼을 먹으면 명현 현상이 온다는데, 내 몸이 후끈후끈하고 앞산자락이 출렁출렁했다. 산삼에 취한 것일까, 술에 취한 것일까.


출처: 문화일보

조회수 1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토막소식]전통주, 올 7월부터 주세 50% 인하

<아시아경제>2008-01-02 올 하반기부터 전통주에 대한 주세가 50% 감면되고 그 대상도 과실주에서 민속주와 농민주로 확대된다. 농림부는 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세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7월1일부터 시행에...

[토막소식]올해 술시장 ‘춘추전국시대’<문화일보>2008-01-022008년 술시장은 와인, 전통주, 위스키 등 각종 주류업체들의 마케팅 강화로 춘추전국시대가 될 전망이다.

<문화일보>2008-01-02 2008년 술시장은 와인, 전통주, 위스키 등 각종 주류업체들의 마케팅 강화로 춘추전국시대가 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눈에 띠는 성장을 거듭한 와인은 대중화 추세가 굳어지면서 대기업들까지...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