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을 발효·증류·숙성시켜 만드는 소주는 크게 희석식과 증류식으로 나눌 수 있다. 희석식 소주는 곡물발효액을 연속식으로 증류시켜 알코올 도수를 95도 이상으로 만든 후 물 등을 섞어 20도 대까지 묽게 만든 것이다. 반면 증류식 소주는 곡물발효액을 단식으로 증류시켜 알코올 도수를 30~40도까지 올린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일반 소주는 희석식이고 안동소주, 문배주와 같은 전통소주는 증류식이다.
모든 것이 획일화되는 세상. 애주가의 입맛도 대량으로 생산되는 희석식 소주에 길들어 있다. 오늘 저녁엔 정성과 깊이가 살아있는 전통 소주로 개성 있는 술자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전통 소주의 세계로 안내한다.
쌀, 보리 등으로 지은 고두밥에 물과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후 증류시켜 만든다. 안동 지방의 관혼상제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 목록에도 올랐던 안동 지방의 명주다. 무릇 원료가 좋지 않으면 명품이 나오지 않는 법. 안동 소주만의 그윽한 향과 감칠맛은 안동 지방의 깨끗한 물과 질 좋은 쌀이 있기에 가능했다. 소줏고리에서 처음 증류된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90도에 달하나 차츰 도수가 낮아져 보통 45도를 유지한다. 세 번 빚는 술이라는 의미에서 안동소주는 ‘酒’(술 주) 대신 ‘酎’(소주 주)를 쓴다.
고려시대 왕실에 진상됐던 평양지방의 명주로 알려진다. 별도의 첨가제 없이 오직 누룩, 조, 수수와 물로만 만들어져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잘 살렸다. 장미과에 속하는 문배가 전혀 첨가되지 않았는데도 문배 향이 나기 때문에 문배주라 이름지어졌다.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이르지만 입안 가득 맴도는 과실향 때문에 목 넘김이 순한 편이다.
#기타 전통주
쌀과 율무로 만든 경기 용인 지방의 ‘당정 옥류주’는 율무 특유의 부드러운 맛을 잘 살렸다. 전남 담양의 ‘추성주’는 두충, 구기자, 음양곽, 오미자 등 15종의 한약재가 들어가 술이라기보다는 보약에 가깝다. 강원도 홍천의 ‘옥선주’는 급체, 숙취, 혈액순환에 효능이 탁월한 ‘약용주’로 불린다. 100% 쌀로만 만드는 경북 청송의 ‘청송 불로주’는 투명한 빛깔과 부드러운 맛으로 애주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강원 인제의 ‘송설주’는 솔잎과 쌀을 원료로 만드는데 알코올 도수가 50도에 달하는 독주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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