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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전통술박물관

민속주 기능보유자 1호 ‘술빚는 스님’

=[삶속의 종교, 종교속의 삶]7. 수왕사 주지 벽암스님=


스님이 술을 빚는다. 스님은 애주가? 아니다. 술맛을 보느라 혀끝에 술을 대는 게 전부일 뿐. 스님은 전통을 빚고, 약을 빚는 것이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수왕사(水王寺) 주지 벽암(碧巖)스님(55·속명 조영귀)은 1994년 정부지정 민속주제조 기능보유자 제 1호로 지정된 전통주의 명인.


“‘술을 금기시하는 사찰의 주지가 웬 술이냐’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빚는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는 말그대로 소나무 꽃을 주원료로 담근 후 100일동안 소나무 밑에 묻어둔 보약입니다. 이 술은 350여년 전부터 수왕사에서 제조해왔고 저는 12대째 주조 비법을 이어왔지요. 12살때부터 사찰에서 살면서 법주를 비롯, 스님들의 보양식에 관심이 많다보니 40여년동안 약술을 빚게 됐습니다.”


벽암스님은 수왕사 사당에 모신 진묵대사(인조시대) 기일에 올리는 법주를 마련하기 위해 송화백일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해인사·법주사·통도사 등 산사에는 행사용 법주가 있지요. 또 스님들은 고산병·위장병·냉병·영양결핍증 등 직업병 때문에 오곡주 등 곡차를 하루 한모금씩 마셔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거든요. 특히 약재삶은 물로 빚은 송화백일주는 신경통과 원기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송화백일주는 알코올도수 43도·38도·20도 등 세 종류이며 스님들의 건강회복주로 사랑받는 송화오곡주는 12도. 연간 제조량은 3,000병의 송화백일주를 비롯해 3만ℓ. 희귀성을 살리기 위해 소량만 만들고 있다. 98년 민속주품평회 대통령상을 받아 ‘1호 주조명인’의 솜씨를 검증받기도 했다.


스님은 현재 13대를 잇는 2명의 기능보유자 후보를 양성중이다. “제가 아무리 일러준다 해도 똑같은 술이 되지 않는 법이지요. 저도 처음엔 술담는 도기부터 다루었어요. 손을 정갈히 하고 도기를 무균처리하는 법을 배우면서 조상들의 과학적인 위생처리에 놀랐지요.” 스승(이석우 스님)으로부터 술을 빚는 마음가짐과 비책을 사사한 벽암스님은 93년 완전밀봉 병뚜껑개발로 ‘녹색지대’ 산업디자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주조법 보존과 함께 현대적인 계승까지 이루고 있다.


스님과 인터뷰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술을 주문하는 전화가 왔다. 더러 무료 지원을 청하는 전화도 있었다. 스님이 ‘언제까지 어디로 배달하겠다’고 시원스레 답하자, 옆에 있던 공장장이 “스님, 자꾸 공짜로 퍼주시면 어떡해요”하며 싫은 소리를 한다. “흑자를 못내고 있습니다. 영리목적이 아니고 명인의 정신을 잇기 위해 차린 공장이니 당연하지요.”


일반에 술공급을 시작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 제주(祭酒)로 사용하던 소량의 술을 수백ℓ씩 대량생산하면서 착오도 많았다. 또한 예불과 수행에 전념하던 스님이 공장을 경영하려니 순탄치만은 않았을 터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정직’입니다. 성직자가 만드는 술인 만큼 다른 술보다 탁월해야 한다는 부담도 ‘정직’ 하나로 이겨냅니다.”


12세에 김제 흔복사에서 전광스님을 은사로 수계한 벽암스님은 17세부터 수왕사 주지로 활동중이다. “1,500여년된 수왕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물’ 입니다. 주말에는 물맛을 보러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데, 요즘은 일요일마다 1,000잔의 녹차를 무료로 드리고 있어요.” 스님은 앞으로도 전통이 숨쉬는 수왕사의 물로 대중과 만날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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