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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전통술박물관

우리 술은 좋은 것이여!

집에서 담가먹는 전통 끊겨 일부 민속주만 명맥 명절 때만 먹는 비싼 '전통술'의 아쉬운 현 주소 모호한 개념 정리-체계적 개발로 보존 발전시켜야

전북 전주시의 한 술집. "청주 있어요?"라고 청하자 주인 아주머니가 주황색 주전자에 청주를 가득 담아왔다. 사기잔에 따라 살펴보니 노란 색과 밤색 중간쯤의 탁한 빛깔이다. "청주 색깔이 이상하네요"라고 하 니 아주머니는 목소리를 낮추고는 "전통 방법으로 집에서 빚은 거예요 "라고 말했다.


맛은 어떨까. 혀끝을 자극하는 쏘는 맛과 신맛, 단맛이 잘 어우러졌다. 두세 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취기로 얼굴이 새빨 개졌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한 주전자를 비운 뒤 택시를 탔다. 60대 택시운전사가 말을 걸어왔다. "전통 방법으로 빚은 청주 한잔 얻어먹고 서울로 올라가려고 한다"고 하니 그는 "예전에는 집에서 몰래 빚어먹곤 했다"며 술에 대한 자신의 식견을 내놓았다. 자신의 할머니가 동네에서 제일 가는 술도가였다는 점과 좋은 누룩을 구분하는 법 등 그의 말은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 할 때까지 끊이지 않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국의 '가양주' 이는 우리 술이 겪었던 역사를 잘 보여준다. 현재 법률상 집에서 빚은 술을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가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무자료주류'인 셈이다. 이런 까닭에 청주를 내놓은 아주머니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 었다. 1995년 이전까지는 집에서 술을 빚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택 시운전사의 이야기도 '범죄적' 무용담인 셈이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조상은 집에서 자유롭게 술을 빚 어 먹었다. '명가명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름난 집은 맛있는 술 을 빚어 손님을 대접하거나 제주로 사용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국은 수많은 명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일제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통술의 명 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제가 1909년 2월 주세령을 발령하 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가양주'(집에서 빚어먹는 술)를 금지했기 때 문이다. 일제는 허가를 내준 술도가로부터 주세를 거둬들여 조선을 다 스렸다. 1930년대에는 주세가 조선총독부 수입의 30%를 차지했다. 수 많은 애국지사가 나라를 걱정하며 마셨던 술값의 일부가 조선을 다스 리는 데 사용됐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도 일제 시대에는 허가를 받은 술도가가 '우리 술'을 빚었다. 군 사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 술은 또 한 차례 타격을 받는다. 1965 년 양곡보호령이 선포됐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 술은 쌀을 발효시켜 만든 발효곡주이다. 양곡보호령은 술의 재료로 쌀을 사용하지 못하도 록 금지해 전통술의 명맥을 단절시켰다.


암흑기 가운데 서광이 비친 것은 1988년. 정부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술이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이에 정부는 주세법을 개정, 민속주를 지정했다. 1990년 정부는 쌀을 술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1995년에는 '집에서만 소비하고 판매하지 못 한다'는 단서를 붙여 가양주를 합법화했다. 6년이 2003년에서야 우리 술의 전통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우리 술은 누룩을 통해 쌀을 발효시켜 만드는 발효곡주이다. 이 과정 에서 흔히 막걸리로 알려져 있는 술이 만들어진다. 이 술은 다른 술의 바탕이 된다. 막걸리의 맑은 부분만 건져내면 청주(약주)가 되고, 청주 를 증류하면 소주가 된다. 막걸리에 솔잎이나 꽃잎 등을 넣으면 '가향 주'가 되고 소주에 인삼 등 약재를 넣으면 '침출주'가 탄생한다. 지역 적 특성의 영향을 받는 누룩이 술맛의 80% 이상을 결정하는 까닭에 전국의 술맛은 각각 독특한 맛을 자랑했다.


100여 년의 역사는 이런 전통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전국의 술은 강제 로 몇몇 술도가로 통일돼 다양성이 사라졌다. 또한 증류식 소주가 아 닌 희석식 소주가 '권력'을 잡으면서 집에서 술을 빚는다는 말은 인삼 등의 재료에 희석식 소주를 부어 만드는 것이 돼버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통'의 의미가 뒤죽박죽돼버렸다는 점이 다. 희석식 소주가 전통주인지, 현대식 방법을 도입해 만들어진 '산사 춘'이나 '백세주'가 과연 전통주인지, 우리가 마시는 막걸리를 전통주 로 봐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전주 전통술박물관의 유상우 연구실장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희석식 소주는 전통주가 아니다"라며 "다만 가양주를 빚는 것이 금지된 상태 에서 나타난 침출주는 우리 술의 역사성을 반영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유 실장은 " 우리가 전통술이라고 알고 마시는 막걸리는 누룩이 아니라 일본에서 도입된 '입국'을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전통술이라고 하기가 어렵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100여 년간의 우리 민족의 정서가 들어 있는 만큼 전통술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전통술 빚기 방식을 현대적으로 개량해 생산한 산사춘 등은 대 체적으로 전통술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서울 북촌문화센터에서 전통술 만들기 강좌를 하고 있는 남선희씨는 "이런 술은 일반인의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넓혔다는 공이 있다"며 "우리 술의 전통에 선진적인 방식 을 도입해서 만든 술인 만큼 동도서기(東道西技)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다면 전통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 방법대로 술을 만들고 있 지 않다는 이유로 배척하면 우리 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이다.


가정서 제조 허가하면 지역명주 탄생 전통술 관련 기술 개발이 전무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 술 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연구가 거의 없었다 는 것이다. 100여 년간 비법을 지켜오기에 급급했던 술도가들은 자신 의 술이 최고의 술이라는 태도로 다른 술도가와 비법을 교환, 발전시 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연구시설도 없었다. 2002년 경북대학 교에서 발효생물공학과와 발효생물공학연구소를 만들어 발효주 관련 연구를 시작한 것이 국내 최초의 시도이다. 발효생물공학연구소의 김 재식 교수(식품공학)는 "우리 술도 하나의 문화인데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 대부분이고 전통술은 죽어 있다"며 "이의 부활을 위해 과학적 데 이터와 전통주류 기술인을 양성해 우리 술이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 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코넬대가 되기를 선언한 것이다.


암흑기 폐해 때문에 우리 술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낮다. 민속주로 지 정받아 생산되는 전통술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인식 때문에 명절 때에나 판매된다. 정작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지 않은 '막걸리' 는 저급한 품질로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상우 실장은 지난해 맥주에 도입된 마이크로 브루어리 시스템을 전통주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 브루어리 시스템은 지난해 월드컵을 계기로 도입된 제도로 맥주를 판 매하는 술집에서 맥주를 생산, 판매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유 실장은 " 전통술도 빚은 집에서 마실 수 있도록 허가하면 그 지역에서 지역명 주가 탄생해 우리 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관광상품으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상황은 아직 진행형이다. 하지만 전통술에 대한 관심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회사원 신연수씨(31-강원 강릉시 입암동)는 한 달 전 부터 우리 술을 빚기 시작했다. 그는 "전통술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서 빚기 시작했다"며 "빚은 술을 한가위 때 친지에게 선물하고 차례상 에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2의 신씨가 늘어난다면 전통술의 앞날 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출처: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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